Policy & Regulation
GLP-1 비만약 월 16만개→312만개 급증 실명 부작용 뒤늦게 반영·병용 처방 사각지대

국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유통량이 10개월 새 약 19배로 폭증했지만, 보건당국의 안전관리는 부작용 감시와 처방 통제 모두에서 공백을 드러냈다.
14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은 최근 위고비에 대한 건강보험 요양급여 결정신청서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했다. 한미약품은 한국인 체질에 맞춘 신약 에페의 품목허가를 받았고, 다른 바이오 기업들도 해외 도입 계약을 잇따라 맺으며 공급망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의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에서 공개된 의약품관리종합정보센터 통계를 보면, 국내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유통 물량은 2024년 10월 월 16만 개 수준에서 올해 7월 월 311만 9941개로 약 19.4배 급증했다.
처방량이 단기간에 수백만 개 단위로 치솟는 동안 투약 안전을 담보할 감시망은 늑장 대응을 드러냈다. 식약처는 지난 7일 위고비 등 투여 후 발생할 수 있는 비동맥염성 앞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을 허가사항의 부작용으로 반영했다. NAION은 시신경 혈류가 차단돼 영구적 실명으로 이어질 수 있는 질환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은 지난해 이미 NAION을 매우 드문 부작용으로 공식 분류했고 미국에서는 집단 소송이 이어졌다. 국내에서도 2024년 12월 관련 의심 사례가 접수됐지만, 식약처는 1년 9개월 넘게 환자 상태나 병용 약물에 대한 선제적 추적 조사를 하지 않다가 뒤늦게 허가사항을 수정했다는 비판을 국감에서 받았다.
처방 단계의 의약품안전사용서비스(DUR) 시스템도 사각지대를 안고 있다. 일선 의료기관에서는 펜터민이나 펜디메트라진 같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를 복용 중인 환자에게 위고비나 마운자로를 추가로 병용 처방하는 사례가 빈번하다. 그러나 현행 DUR 체계에는 GLP-1 치료제와 향정신성 식욕억제제 간 효능군 중복 점검 기준이 없다.
의사가 두 약물을 동시에 처방하거나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며 약을 타도 전산망에서 병용 위험 경고가 뜨지 않는 구조다. 투여 기간 주의 기준도 없어 한 번에 수개월 치를 처방하는 다량 처방을 제어할 장치도 없다.
식약처가 내세우는 오남용 우려 의약품 지정의 실효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식약처는 지난 6월 5일 리라글루티드, 세마글루티드, 터제파타이드 성분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하겠다고 행정예고했으나 국무조정실 규제심사 단계에서 넉 달째 최종 고시를 내지 못하고 있다.
설령 고시가 확정되더라도 이 제도의 법적 효과는 의약분업 예외지역 약국의 무처방 판매 차단과 약 상자 경고 문구 인쇄에 그친다. 대다수 소비자가 대도시 피부과나 성형외과 등에서 비급여 미용 목적으로 처방받는 현실을 고려하면 유통 과열을 식히기에는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업계는 약가 부담 완화와 시장 확대를 위해 건강보험 급여 진입을 서두르고 있다. 그러나 사후 모니터링과 처방 제한 장치가 부실한 상태에서 급여화가 추진되면 건강보험 재정 누수와 부적절한 투약 위험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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