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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기반 공결정화 모듈 ISS 발사

우주의약 전문기업 스페이스린텍이 인공지능(AI) 기반 우주의약 실험 모듈 ‘BEE-PC2’를 국제우주정거장(ISS)으로 보냈다. 회사는 14일 모듈이 현지시간 13일 오전 미국 플로리다주 케이프커내버럴 우주군기지에서 스페이스X 팰컨9 로켓에 실려 발사됐다고 밝혔다.
이번 임무는 국내외 제약·바이오기업에 제공할 상업용 우주의약 위탁연구(CRO) 서비스의 기반을 검증하는 데 목적이 있다. 지난해 ISS에서 진행한 ‘BEE-PC1’의 후속으로, 실험 대상을 단백질에서 실제 신약 후보 물질까지 넓혔다.
신약 후보와 단백질의 결합 구조 겨냥
BEE-PC2의 핵심은 공결정화 실험이다. 표적 단백질과 신약 후보인 저분자 화합물을 함께 결정으로 키우는 방식으로, 단백질만 결정화했던 1호 모듈보다 신약개발 공정에 한 단계 더 다가갔다.
공결정 구조를 분석하면 신약 후보 화합물이 표적 단백질의 어느 부위에 어떤 형태로 결합하는지 원자 수준에서 파악할 수 있다. 이 정보는 후보 물질의 구조를 고쳐 약효와 선택성을 높이는 구조 기반 신약설계의 출발점이 된다.
미세중력 환경에서는 중력에 따른 침강과 대류가 줄어 지상보다 균질한 결정을 얻을 가능성이 커진다. 회사는 우주에서 성장시킨 단백질·화합물 복합체 결정을 지구로 회수한 뒤 구조를 분석해 신약개발 활용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스페이스린텍이 우주로 보낸 실험 대상은 점차 실제 의약품에 가까워지고 있다. 지난해 8월 ISS에 오른 BEE-PC1은 암 관련 표적 단백질인 USP7의 결정화 실험을 수행했다. 확보한 데이터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과 차세대 폐암치료제 개발에 활용할 계획이었다.
지난해 11월 누리호 4차 발사로 궤도에 오른 큐브위성 ‘BEE-1000’은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의 주성분인 펨브롤리주맙의 결정화 실험을 맡았다. 항체 의약품을 대상으로 우주 환경이 제조 공정에 주는 이점을 확인하는 임무다.
회사는 지난 7일 누리호 5차 발사 때 우주의약 위성 ‘BEE-1012’도 우주로 보냈다. 이 위성은 치매치료제 관련 우주 검증과 함께 탑재 AI로 의약 물질의 결정 상태를 판단·제어하는 기능을 시험한다.
ISS·위성 투트랙으로 CMO까지 겨냥
사업 구조는 두 갈래다. ISS를 이용하는 BEE-PC 시리즈는 신약개발 연구에 투입한다. 독립형 위성인 BEE-1000 시리즈로는 우주환경 장기 노출 실험과 자율운용, 공정 확장 가능성을 검증한다.
ISS는 실험 후 시료를 지구로 회수하기 쉬워 구조 분석형 연구에 적합하다. 독립형 위성은 정거장 일정에 묶이지 않고 장기 운용이 가능해 제조 공정 검증에 유리하다. 두 플랫폼의 용도를 나눈 배경이다.
ISS 퇴역 이후도 대비하고 있다. 회사는 지난 7월 미국 상업용 우주정거장 개발사 스타랩 스페이스와 탑재 공간 확보 협약을 맺었다. ISS는 2030년 운영 종료가 예정돼 있어 민간 정거장 확보는 사업 연속성과 직결된다.
최종 목표는 우주환경을 활용한 의약품 위탁제조(CMO)다. 회사는 7월 중소벤처기업부의 '딥테크 챌린지 프로젝트(DCP) 생태계혁신형' 1단계 협약을 맺고 AI 자율운용 우주의약 플랫폼 예비연구에 착수했다.
해당 과제는 2030년 6월까지 최대 200억 원 규모로 지원된다. 컨소시엄에는 KIST와 파이퀀트, 한서대가 공동연구기관으로, JW중외제약과 세브란스병원, 노타가 위탁연구기관으로 참여한다. 미국 다나파버암연구소와 모빌린트도 협력기관이다.
실증은 쌓였지만 '유료 고객'은 아직
발사 실적은 빠르게 늘고 있지만 상업화 지표는 아직 뚜렷하지 않다. 지금까지 공개된 프로젝트는 대부분 국책 과제나 연구기관 협력 형태다. 제약·바이오기업과 맺은 유료 CRO 계약은 외부에 공개된 바 없다.
1호 실증의 성과 공개 속도도 관건이다. 지난해 8월 발사된 BEE-PC1의 데이터는 올해 6월까지도 분석이 진행 중이었다. 지상 결정 대비 품질이 얼마나 개선됐는지 정량 데이터가 나와야 제약사가 비용을 지불할 근거가 생긴다.
위성 실험의 속도도 과제로 꼽힌다. BEE-1000은 지난해 11월 궤도에 오른 뒤 올해 5월에야 실험 가동을 시작했다. 발사 후 실험 착수까지 반년 가까이 걸리는 구조로는 신약개발 일정에 맞춘 상업 서비스를 내놓기 어렵다.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머크와 일라이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는 이미 ISS 기반 신약개발 연구를 진행해 왔다. 미국 바르다스페이스는 2024년 위성으로 제약 물질을 지상에 회수하는 생산 플랫폼 실증을 마쳤다.
업계 전문가에 의하면 우주의약 CRO 시장에서 후발주자가 고객을 확보하려면 반복 실증을 통해 결정 품질 개선 효과를 수치로 입증하는 게 우선이다. 직원 26명 규모로 대부분이 연구개발 인력인 스페이스린텍이 시리즈B 투자를 유치했지만 금액을 공개하지 않은 점도 시장의 판단을 어렵게 하는 요인이다.
윤학순 스페이스린텍 대표는 지난해 BEE-PC1을 대한민국 우주의약 기술의 가능성을 확인한 첫 실증으로 평가했다. 이어 BEE-PC2는 그 기술을 제약·바이오산업이 실제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로 발전시키는 중요한 단계라고 말했다.
윤 대표는 ISS와 독립형 위성을 함께 쓰는 차별화된 우주의약 플랫폼을 기반으로 글로벌 제약·바이오기업이 우주환경을 신약개발에 적극 활용하도록 서비스를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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