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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자 지식, LLM이 실험계획에 반영

한국화학연구원은 14일 안광노 박사 연구팀이 '인간 참여형 최적화' 기술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연구자가 말이나 글로 전한 경험과 지식을 AI가 실험 계획에 반영하는 기술로, 가상실험에서 일부 반응의 탐색 횟수를 4분의 1 이하로 줄였다.
자율실험실(SDL)은 AI가 변수를 스스로 조정하며 최적 조건을 찾는 차세대 연구 시스템이다. 정해진 실험을 반복하는 자동화 장비와 달리 실험 결과를 학습해 다음에 할 실험을 직접 고른다.
기존 자율실험실 AI는 대체로 사전지식 없이 출발했다. 온도를 높이면 수율이 오른다는 기초 상식조차 비용이 많이 드는 실험을 반복해 처음부터 확인해야 했다.
연구팀은 연구자의 자연어를 해석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베이지안 최적화 AI와 연결해 이 문제를 풀었다. 베이지안 최적화는 적은 실험 횟수로 최적 조건을 효율적으로 찾는 대표적인 AI 기법이다.
연구자가 지식을 말로 전하면 언어모델이 이를 AI용 사전정보와 제약조건으로 자동 변환한다. 변환된 정보는 다음 실험 조건 탐색에 곧바로 반영된다.
연구자가 복잡한 코드나 수식을 직접 작성할 필요가 없다는 점이 핵심이다. 연구 결과는 지난 8월 국제학술지 '저널 오브 케미컬 인포메이션 앤 모델링'에 게재됐다.
말 한마디가 실험 40건 몫을 했다
여러 원료를 한꺼번에 결합하는 반응에서는 기존 약 30회였던 탐색이 10회 이내로 줄었다. 전기전도성 복합소재 반응에서는 약 20회에서 3∼5회로 단축됐다.
복합소재 반응 기준으로 환산하면 탐색 횟수가 75∼85% 줄어든 셈이다. 목표 성능에 도달하기까지 필요한 시행착오가 4분의 1 이하로 압축됐다.
연구팀은 사전지식 활용만으로 실제 실험 데이터 약 40건을 확보한 것과 맞먹는 효과라고 설명했다. 반나절 이상 걸리는 촉매 실험이라면 초기 탐색을 약 20일 앞당기는 계산이 나온다.
단축 효과가 초기 구간에 집중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베이지안 최적화는 결과가 쌓일수록 다음 조건을 정교하게 고르는 구조여서 데이터가 거의 없는 초반 탐색이 가장 비효율적이다.
이번 기술은 그 초반 공백을 연구자가 이미 아는 지식으로 메웠다. 연구자를 배제하는 완전 자율 방식이 아니라 사람의 경험을 AI 탐색의 출발점으로 삼은 접근이다.
가상실험 성과를 실물로 옮기는 과제
다만 이번 성과는 실제 실험실이 아닌 가상실험 환경에서 나왔다. 연구팀은 실제 실험 데이터로 구성한 가상환경에서 성능을 검증했다.
실물 실험에는 장비 오차와 시료 편차, 측정 노이즈처럼 가상환경에 다 담기지 않는 변수가 개입한다. 실제 자율실험실에서도 같은 수준의 단축 효과가 재현될지는 추가 검증이 필요하다.
탐색 횟수 감소에는 '충분한 사전지식을 활용한 경우'라는 전제도 붙어 있다. 연구자의 지식이 부족하거나 틀렸을 때 탐색 결과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는 이번 발표에 담기지 않았다.
연구자의 말이 AI 탐색의 출발점을 정하는 구조인 만큼 잘못된 통념이 사전정보로 입력되면 오히려 탐색이 늦어질 수 있다. 입력 지식의 품질에 따른 성능 편차가 실용화의 관건이 될 전망이다.
자율실험실 확산 속 소프트웨어 경쟁력
자율실험실은 정부가 추진하는 K-문샷 사업의 핵심 축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은 지난 8월 11일 자율실험실 산학연 협의체를 출범시켰다.
협의체에는 파크시스템스, HB솔루션 등 공급기업과 삼성종합기술원, SK하이닉스 등 수요기업을 포함한 50개 기업이 참여했다. 30여 개 대학·연구기관도 이름을 올렸고 의장은 정유성 서울대 교수가 맡았다.
국내 자율실험실은 기관마다 장비와 데이터, 운영 표준이 달라 서로 연결되지 못하고 따로 운영되는 한계가 지적돼 왔다. 협의체가 표준·인터페이스 수립과 기준 실험실 구축을 핵심 과제로 내건 이유다.
화학연은 로봇으로 화학소재 합성을 자동화하고 데이터를 실시간 처리해 24시간 연구가 가능한 자동화 실험실을 운영하고 있다. 실험 설계부터 수행, 분석까지 전 과정에 AI를 적용하는 것이 목표다.
이번 기술은 장비가 아닌 '두뇌'에 해당하는 소프트웨어 영역의 성과다. 로봇이 실험을 24시간 돌려도 어떤 조건을 먼저 시험할지 고르는 알고리즘이 비효율적이면 비용 절감 폭은 제한된다.
올해 3월 국제학술지 머티리얼즈 호라이즌스에 실린 리뷰 논문은 초기 자율실험실의 한계로 좁은 적용 범위와 낮은 상호운용성, 사람이 정리한 경험칙에 대한 의존을 꼽았다.
화학연 기술은 사람의 경험칙을 수작업 코딩 대신 자연어로 받아들이도록 해 이 부담을 덜었다. 다만 다른 기관의 자율실험실과 연동해 쓰려면 협의체의 표준화 논의와 보조를 맞춰야 한다.
안광노 박사는 이 기술이 연구자와 AI가 서로 도움을 주고받으며 함께 연구하게 하는 실험 동료이자 자율실험실의 두뇌 역할을 하는 핵심 소프트웨어라고 설명했다.
안 박사는 이 기술이 신소재와 촉매 등의 연구개발에 드는 시간과 비용을 크게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내다봤다.

BIOBOOK TE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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