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국내 위험 신호, 유럽보다 한 달 먼저 포착하고도 추적조사 없어 제약사 허가 변경 신청 승인에 그쳐…안전성 서한도 미발부

국내에서 GLP-1 계열 비만치료제 유통량이 20배 가까이 폭증하는 동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영구 실명 위험 신호를 해외보다 먼저 포착하고도 1년 9개월 가까이 방치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13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조국혁신당 백선희 의원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티드) 등 GLP-1 계열 비만치료제의 안전관리 실태를 지적하며 식약처가 오남용 단속에 매달리는 사이 중증 이상반응 모니터링 체계를 사실상 방치했다고 질타했다.
문제가 된 질환은 비동맥염성 전방 허혈성 시신경병증(NAION)이다. 시신경으로 향하는 혈류가 차단되면서 급격한 시력 저하를 일으키는 질환으로, 한 번 손상된 시신경은 회복되지 않아 영구적인 시력 상실로 이어질 수 있다.
미국의학협회 안과학술지(JAMA Ophthalmology)에 발표된 연구 등에 따르면 세마글루티드를 투여한 비만·당뇨 환자의 NAION 발병 위험은 비투여군 대비 최대 4배에서 7배까지 높은 것으로 보고됐다. 미국에서는 이미 수십 건이 넘는 피해 소송이 제기돼 규제당국이 고강도 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이번 사안에서 드러난 핵심은 식약처의 늑장 대응 시차다. 국내에서 위고비 투여 후 NAION으로 인한 시력 손상 의심 사례가 식약처에 최초 접수된 시점은 2024년 12월이다. 유럽의약품청(EMA)이 관련 안전성 검토에 착수한 2025년 1월보다 한 달 앞서 국내에서 위험 신호가 포착된 셈이다.
그러나 유럽 EMA가 검토 착수 5개월 만에 제품정보 변경을 권고하고 경고 문구를 반영한 반면, 식약처는 국내 접수 이후 1년 9개월이 넘도록 심층적인 환자 추적조사나 능동적 평가를 진척시키지 않았다.
국제 가이드라인과 한국의약품안전관리원 업무 매뉴얼에 따르면 예상치 못한 중대한 이상사례가 접수되면 최우선으로 환자 상태와 병용 약물, 인과관계를 추적 조사해야 한다. 그러나 식약처는 돌이킬 수 없는 실명 위험 사안을 능동적으로 파헤치지 않았고 의료진과 처방 현장에 주의를 당부하는 안전성 서한조차 발부하지 않았다.
식약처는 지난 10월 7일에야 관련 부작용을 허가사항에 반영했다. 이는 선제 조치가 아니라 제약사가 낸 허가 변경 신청을 단순히 승인해 준 것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이날 국정감사에서 "앞으로 허가에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외국에서 이런 상황이 나오면 허가사항 변경 전이라도 안전성 정보를 빨리 마련해 현장에 제공하겠다"고 답변했다.
다만 이 같은 해명은 규제기관의 수동성을 시인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국내에서 먼저 중증 이상사례가 접수됐음에도 자체적인 안전성 경보를 내리지 못하고 외국의 조치 결과만 기다리다 뒤늦게 정보 제공을 약속하는 구조적 한계를 그대로 노출했다는 것이다.
비만치료제가 미용 목적으로 번지며 유통량이 폭발하는 상황에서 식약처가 온라인 불법 유통 적발이나 오남용 방지 등 행정 처분에만 시선을 뺏겨 이상사례 추적 관리에는 손을 놓았다는 의구심이 짙다. 고위험 중증 의심 사례 발생 시 즉각 안전성 서한을 배포하고 선제적으로 인과관계를 규명하는 능동적 모니터링 시스템의 재구축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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