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ience
공공 데이터·정부 예산 투입에도 상업 후원사 우선 접근 보장 메타·구글 등 3사 현금 출자는 3억달러에 불과

비영리 연구재단 바이오허브가 2조4000억원 규모로 추진하는 가상 세포 모델 프로젝트가 상업 후원사인 빅테크 기업에 1년간의 핵심 데이터 독점권을 부여해 논란을 빚고 있다.
바이오허브는 7일(현지시간) 18억달러(약 2조4000억원) 규모의 '버추얼 바이올로지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마크 저커버그 메타 최고경영자(CEO)와 프리실라 챈 부부가 설립한 이 재단이 주도하는 프로젝트에는 메타, 구글 딥마인드, 알파벳 산하 신약 개발 기업 아이소모픽 랩스와 미국 에너지부, 국립보건원(NIH)이 참여했다.
발표된 18억달러 가운데 빅테크 3사가 공동 출자하는 현금은 3억달러에 불과하다. 반면 NIH는 5억달러 이상의 연방 예산으로 축적한 유전체·생의학 데이터 저장소를 표준화해 제공하고, 에너지부는 슈퍼컴퓨터와 국립연구소 자원을 포함해 5년간 5억달러 이상을 지원하기로 했다. 바이오허브의 5억달러 출자까지 더해진 규모다.
문제는 이 컨소시엄이 산출하는 고부가가치 생체 반응 데이터의 배분 방식이다. 바이오허브 과학 책임자 알렉스 리브스는 축적될 고품질 세포 반응 데이터세트를 궁극적으로 일반 과학계에 공개하겠다고 밝혔지만, 상업 자금을 낸 참여 기업에는 공개 전 1년간 독점 접근권을 보장한다고 인정했다. 정부 지원으로 생성된 순수 공공 연구 데이터는 비공개 제한 없이 즉각 개방되는 것과 대비된다.
신약 개발 경쟁에서 1년은 특정 질환의 핵심 표적 단백질을 선점하고 선도물질에 대한 글로벌 특허를 출원하기에 충분한 격차라는 지적이 나온다. 3억달러를 낸 거대 정보기술(IT) 기업들이 공공 인프라와 결합된 연구 생태계에서 가장 유리한 권리를 우선 확보하는 구조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가상 세포 모델의 기술적 실현 가능성에도 의문이 제기된다. 인공지능(AI)은 단백질 3차원 구조 예측 등 단일 분자 수준에서 성과를 냈지만, 살아있는 세포의 복잡계 반응을 재현하는 것은 차원이 다른 영역이다. 세포 내 단백질과 유전자, 대사 경로의 반응을 시뮬레이션하려면 수십억에서 수조 건의 고해상도 반응 데이터가 필요하지만, 현재 과학계가 보유한 유효 데이터는 수억 건 수준에 그친다.
바이오허브는 극저온 전자 단층촬영(cryo-ET)과 초고해상도 형광 현미경 기술에 수억달러를 투입해 5년 안에 이 격차를 메우겠다고 밝혔다. 다만 살아있는 조직 내 역동성을 AI에 온전히 학습시키기에는 노이즈와 실험 재현성 문제가 남아 있다.
자선 벤처라는 성격과 달리 제약·바이오 생태계의 부익부 빈익빈을 심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바이오허브는 빅테크에 이어 글로벌 대형 제약사에도 유사한 조건의 참여를 제안할 방침이다. 수천억원 규모의 선행 자본을 투입할 여력이 없는 독립 바이오텍이나 대학 연구실은 데이터 후순위로 밀릴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공공 연구 자산이 막대한 자본을 쥔 특정 기술 독점 기업들의 약물 발굴 엔진을 고도화하는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이유다. 가상 세포 기술이 실제 임상적 유효성을 증명하기까지 기술적 실패 가능성이 남아 있는 가운데, 공공 보건 자산의 기여도가 높은 연구 성과를 민간 후원 기업이 선점해 지식재산권을 확보하는 구조가 정당화될 수 있을지 바이오 정책 당국과 학계의 감시가 요구된다.

BIOBOOK TEAM
biobookmedia@bioboo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