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licy & Regulation
업계, 중국 진출·합작 확대 명분으로 해제 압박 전문가들, 생물안보·기술 주권 훼손 우려 제기

보툴리눔 톡신 업계가 해외 진출과 합작투자 확대를 명분으로 국가핵심기술 지정 해제를 요구하고 있지만, 기술 유출과 생물안보를 우려하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지난 15일 국회 의원회관 정책 토론회를 기점으로 보툴리눔 톡신 생산기술과 균주에 묶인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조속히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다시 수면 위로 올라왔다.
보툴리눔 독소 제제 생산기술은 2010년, 균주는 2016년 각각 산업기술의 유출방지 및 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른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됐다. 이에 따라 해당 기술을 외국 기업에 이전하거나 해외 현지 공장·합작법인을 세울 때, 수입국 인허가를 위해 핵심 생산공정 자료를 제출할 때 산업통상부의 사전 승인 또는 신고 절차를 거쳐야 한다.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측은 배양·정제 공정이 1960년대부터 알려진 범용 기술이라 보호 실익이 낮다고 본다. 해외 기술수출과 합작 승인에 통상 4~6개월, 길게는 1년가량 걸리면서 연간 900억~1000억원의 기회비용과 시장 진입 지연 손실이 발생한다는 수치도 내세운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보툴리눔 톡신의 치명적 생물학적 특성을 축소했다는 반론에 부딪힌다. 보툴리눔 독소는 1그램만으로도 수백만 명을 살상할 수 있는 생화학무기급 고위험 독소다. 균주뿐 아니라 이를 안정적으로 배양하고 독소를 분리·정제해 의약품으로 제형화하는 고순도 공정 기술은 국가 안보와 직결된다.
규제 해제의 주된 동력이 중국 시장 내 합작법인 설립과 현지 생산시설 구축에 맞춰져 있다는 점도 전략적 모순으로 지적된다. 중국은 자국 바이오 산업 육성을 위해 현지 생산과 기술 이전을 강력히 유도하는 대표적 국가다. 통제 빗장을 풀 경우 현지 허가와 판로 확보를 미끼로 중국 기업들이 국내 톡신 기업의 정제 공정과 제조 노하우를 빠르게 흡수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가 나온다.
업계 일각이 해제 근거로 내세우는 기업 설문조사 결과도 객관성이 떨어진다는 비판을 받는다. 자본과 자체 해외 허가망이 부족한 중소 후발 기업들은 당장 해외 합작선 유치나 기술 매각을 위해 규제 완화를 선호할 수 있지만, 이는 산업 전체의 장기적 안보와 기술 보호 가치를 대변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국내 톡신 업계는 최근 수년간 균주 출처와 도용 여부를 두고 국내외 법원에서 지식재산권 소송전을 이어왔다. 법적·제도적 정리가 매듭지어지지 않은 상태에서 국가 관리망마저 걷어낸다면 불법 유출이나 무단 기술 이전에 대한 사후 통제력이 사실상 공백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전문가들은 무분별한 해제보다 심사 절차의 예측 가능성과 전문성을 높이는 행정적 보완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심사 기간이 길어 사업 협상에 차질을 빚는다면 산업통상부 산하 전문위원회의 심의 기한을 법정화하고 승인 기준을 명확히 투명화하는 방식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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